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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4회>2000~2001년/스포츠연예신문 연재소설/www.사랑해

淡湖이진영 2020. 5. 28. 22:07

<장편 4회>2000~2001년/스포츠연예신문 연재소설/www.사랑해

 

 

4-命이긴 년

 

"명(命)이 긴 길자...명길자는

그 이름대로 수명이 꽤 길긴 긴 년이야..."

 

지난 장마철에 그의 고향 마을이 온통 물난리가 나서

동네 사람들이 남녀노소에 상관없이 무수히 목숨을

잃었다는 길자는 건재했고 또 그 지난 해 가을에 단체관광 갔다

오다가 버스가 언덕 밑을 굴러 여러 명이 떼죽음을

했을 때에도 길자는 병원 입원실에 오래 눕지도 않고

<원더우먼>처럼 태연자약하게 그 자태를 나타냈다.

 

"오빠! 25회 생일을 축하해요!...길자."

 

방일은 다시금 8월 달력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벽 쪽을 힐끔 쳐다보면서

하얀 이를 드러내어 웃고 있는 길자의 환영을 떠올렸다.

 

길자는 어릴 적부터 그의 여동생 마라와 한 반

짝꿍으로 방과 후에는 방일이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이마에 여드름이 꽃피고 아침저녁으로

사타구니가 근지럽던 사춘기 때에도

는 길자를 여자로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마라야! 저 길자년 요즘 사내놈들 많이 만나는가 부다?

저것 봐! 펑퍼짐하게 퍼진 저 엉덩이짝

하며 또 저 툭 불거 진 가슴을 보믄 저년....꼭 애 엄마 같다야!"

 

세살 턱진 여동생 마라 앞에서 그는 길자의

신체 구석구석을 한가지 씩 짚어

가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기 일쑤였다.

 

길자도 처음에는 그런 농담을 예사로 하는 그가

얄미워서 길길이 뛰어 죽는 시늉을 했으나

해가 거듭되면서부터는 길자도 방일이가 뱉는 말에

대해서는 신경을 아주 끊었는지 매번 동문서답을 하게 되었다.

 

고향 마을 용인에서 여고를 졸업하던 해에

광명시에 살고 있는 삼촌 집에 와서 자그마한 양품점

점원으로 취직해 다니고 있는 길자 그러나 약간 촌스럽게

보이는 그녀의 이름과는 전혀 다르게.

아주 잘 빠진 몸매와 서구적인 얼굴을 가진 미모였다.

 

"야 이년아! 너, 내 집에 재발 좀 오지마라

니가 여기 와서 갈 때까지 네게 신경 쓰기가 싫어서 그런다!

더러운 내 방 에 앉아있음...네 옷도 더렵혀지구...또 담배 연기,

술 냄새로 범벅된 홀 애비 냄새거니 몸에 베일까 봐서 말야!...알겠냐?"

 

그러나 그가 무슨 소리를 해도 길자는 한 달에 한두 번,

그가 삭월세로 얻어서 살고 있는 그곳을 찾아다니고 있었다.

 

같은 서울에 사는 방일이 여동생 마라는 몇 달이

지나도록 코빼기를 잘 보이지 않았지만 광명시에

 

사는 그녀는 벌써 2년째 그렇게 계속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올 때마다 방일이가 먹을 밑반찬을

항상 준비해 오는 것을 잊은 적이 없는 그녀였다.

 

전에는 길자가 더러운 자기 방에 들어와

앉아 있는 것이 싫어서였지만 요즘 들어서는

갑자기 길자 보기가 민망하게 된 이유가 따로 있었다.

 

"아니?...길자야! 너..너..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2급 기능사 자격증 시험공부 문제집에

매달려 있어서 길자가 옆에 와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열중해 있는데 갑자기 인기척이 있어서

힐끔 옆을 돌아보니 앗 길자가 윗옷을 벗어재끼고 있었다.

 

4월의 따뜻한 날씨라 그랬는지 윗옷 한가지

밖에 따로 걸친 것이 없어서 방일은

길자의 하얗고 매끈한 속살을 한눈 에 들여다보고 말았다.

 

"너?...너...미쳤니?"

 

길자는 방일이가 놀란 토끼 눈을 하면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리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빠...저어기 오다가 "팬시점" 에서 <브레지어>쎄일

하길래 하나 샀어! 땀두 나구 해서

좀 갈아입으려구 해! 오... 빠...나 뒤 좀 클러줄챠? 응?"

 

"으...응?...응...이년아...그런건 니...니가 혼자

해야지...미친년! 오빠가 어떻게 그...그런걸..."

 

"에이...남자가 시시하게, 뭐 그런 것 하나, 할 줄 모르는

바보가 어딨어! 글지 말구 빨 랑 클러! 빨 랑! 응? 오빠!"

 

◆다음호에